한 달에 김 1t 쓰는 공장
지난 7일 경남 하동군 하동읍 냉동김밥공장. 국내 냉동김밥 대표 업체로 알려진 ‘복을 만드는 사람들㈜’(복만사)이 운영한다. 1454㎡(440평)
규모 작업장에서 위생 모자·마스크·장갑 등으로 중무장한 직원 40여 명이 김밥을 마느라 분주했다. 직원들 옆에 밥과 시금치·당근·유부·우엉 등
재료와 함께 김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이곳에서 만든 김밥은 곧바로 냉동실에서 급속 냉동했다.
수출 호조에 힙입어 ‘검은 반도체’라는 별명까지 얻은 김이 세계적인 인기 식품으로 떠오른 가운데 한국산 냉동 김밥도 함께 각광받고 있다.
조은우(43) 복만사 대표는 “외국인들은 10여 년 전만 해도 김을 '검은 종이'라고 부르며 즐겨 찾지 않았는데, 이젠 스파게티를 김에 싸 먹는
영상까지 찍어 사회 관계망서비스(SNS) 등에 올리고 있다”며 “지금은 해외 수요를 감당하기 벅찰 지경”이라고 말했다.
매출 1500% 성장…쏟아지는 ‘러브콜’
복만사는 2019년 냉동김밥을 개발해 2020년 홍콩에 수출했다. 현재는 미국과 영국·카타르·인도네시아 등 20개국에 공급한다.
냉동김밥 첫 출시 당시(2020년 6월) 4억원이었던 이 회사 연간 매출액은 지난해 60억원으로 치솟았다. 국내에도 마켓컬리 등 17개 대형 유통사에 공급하고 있다.
이 공장에선 매달 1t 안팎의 김을 사용한다. 장(張) 수로 따지면 40만장. A4 크기 종이보다 약간 작은 마른 김 한장 무게는 약 2.5g이다.
특히 지난해 8월 미국에서 냉동김밥을 시식하는 영상이 틱톡에서 1370만, 인스타그램에서 880만 조회 수를 기록한 이후 냉동김밥 수요가 급증,
한때 ‘KIIMBAP(김밥)’ 품절 사태가 발생했다. 영상 속 냉동김밥은 경북 구미시에 있는 ‘올곧’ 제품이었지만, 복만사에도 주문이 쇄도했다.
연간 냉동김밥을 400만개 생산하지만, 주문은 3배 이상 쏟아져 감당하기 어렵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이 회사는 오는 8~9월 공장 규모를 2314㎡(700평)로 확장할 계획이다. 연간 김밥 900만개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유통기한 무려 1년…얼려도 옆구리 안 터져
지금은 수요를 감당하기 힘들 정도지만, 초창기 수출용 김밥을 개발하기 쉽지 않았다고 한다. 김밥은 대개 즉석에서 조리해 먹는 음식이다.
재료 특성상 유통기한도 상온 7시간, 냉장 36시간으로 짧다. 이에 복만사는 영하 50도 이하 ‘급속 냉동’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이렇게 하면 12개월간 보관이 가능하다.
수분이 많은 김밥을 얼린 뒤 해동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도 있었다. 냉동김밥은 해동하면 젖은 김이 풀어져 옆구리가 터지기 일쑤였다.
재료도 눅눅해졌다. 이 문제는 신선함을 유지하면서 최대한 빨리 말리는 ‘수분 제어 기술’를 개발했다. 또 김밥이 마르거나,
골고루 익지 않는 문제는 자체 개발한 포장 용기(2단 트레이)로 해결했다. 22.5㎝ 길이의 막대 모양인 이 용기는 좌우로 김밥을 5개씩 분리,
열이 고르고 빠르게 전달되게 한다.
‘간편 건강식’ 인기…“코리안스시 NO! 김밥!”
냉동김밥은 전자레인지로 3분 정도만 데우면 먹을 수 있다. 요리할 시간이 필요 없어 언제 어디서든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
이 회사는 비건은 물론 키토제닉(Ketogenic)·할랄(Halal)·코셔(Kosher) 등 국내외 여러 소비자층을 겨냥한 냉동김밥도 생산 중이다.
재료는 대부분 국산을 사용한다. 김은 전남 완도, 쌀과 밥물로 쓰는 녹차는 경남 하동, 마늘·시금치는 경남 남해, 당근은 제주, 곤드레는 강원 홍천, 버섯은 전남 장흥에서 가져온다.
재료 등에 따라 김밥 종류는 50가지나 된다.
조 대표는 “김밥은 간편하면서도 레시피 응용이 다양한 게 큰 장점이고 재료를 겹겹이 쌓는다는 측면에서 햄버거와 유사해 세계에서 통한 것 같다”라고 했다.
이어 “외국인들이 ‘스시’는 아니까. 초창기 ‘코리안 스시’로 하면 더 잘 팔리겠다고 생각한 적 있다”며 “하지만 한국적인 이미지를 살리자는 뜻에서 ‘KIMBAP’로 밀고 나갔고,
이 덕분에 '김밥'이 세계에 알려진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