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테크 기업들도 푸드테크의 미래를 위해 농업계와 함께 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원료 수급의 주체로서 농업인과의 협력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판단이다.
경남 하동에서 냉동김밥을 제조하고 있는 푸드테크 기업인 복을만드는사람들(직접 참여형)의 조은우 대표는 “하동에서 계약재배로 생산된 농산물을 원료로 사용하고 있다”면서 “냉동김밥을 해동했을 때 물러지지 않도록 하는 기술과 같은 푸드테크 기술도 물론 중요하지만, 냉동김밥의 원료가 농산물이고, 농업인이 첫 번째 고객이라는 생각에서 하동 지역의 농업인과 어떻게 함께 갈지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푸드테크 산업이 성장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세계 푸드테크 시장규모는 2020년 기준 약 5542억달러(약 665조원)으로 2017년 대비 38% 증가했다. 우리나라 푸드테크 시장도 17조원(2017년)에서 61조원(31%)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식품산업 전체 성장률이 4.8%인 것이 비하면 6배에 가깝다. 푸드테크란 식품(Food)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식품의 생산과 유통, 소비 전반에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바이오기술(BT) 등 첨단기술이 결합된 신산업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의 식문화 변화와 더불어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푸드테크 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더욱이, 푸드테크가 농산물의 소비를 확대함은 물론, 농업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농업계도 관심을 높이고 있다. 이런 추세에 맞춰 한국농어민신문은 대통령 소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와 함께 ‘미래 먹거리의 혁신, 푸드테크’란 주제로 4회 걸쳐 푸드테크의 현재를 바라보고, 미래를 전망해 본다.
최근 식문화가 변하고 있다. 먼저 가족 구성원이 줄었다. 음식을 소비하는 규모가 달라졌다. 더욱이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요리를 대하는 시각이 바뀌었다. 또, 불규칙한 생활로 인해 냉장고에 음식을 보관하는 게 쉽지 않다. 이를 두고, 우리나라 푸드테크 기업인 밀키트 제조업체 프레시지의 박재연 대표는 올해 3월 농식품공무원교육원·한국푸드테크협의회·푸드테크센터가 서울대에서 진행한 ‘청년푸드테크 토크콘서트’에서 ‘예전이 어머니의 손맛으로 집밥을 먹던 시기였다면, 지금은 필요한 양만큼 즉시, 간편하게 소비하는 시대’라고 분석했다.
장보기를 대신해 온라인으로 식재료가 아닌 음식을 구매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런 요구를 푸드테크가 채워주고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배달앱이나 밀키트가 포함된 HMR(가정간편식) 등이 그것이다.
배달의민족(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이현재 CPO는 ‘청년푸드테크 토크콘서트’에서 “음식을 조리하느냐고 주방을 왔다갔다 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이 모여서 함께 담소를 나누고 편리를 공유하고 행복을 나눠야 되는 식탁의 행복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게 배민의 미래, 그리고 푸드테크가 가야할 지점”이라고 전언, 푸드테크의 방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가치있는 일에 소비하는 ‘가치소비’도 푸드테크와 연관된다. 예전엔 배가 고파서 먹었다. 그래서 배 불리는 게 먼저였다. 양이 우선이 되는 때였다. 점차 삶이 나아졌고, 이제 맛도 중요해졌다. 먹는 것의 품질을 따졌다. 최근엔 양도, 질도 채워지니 ‘나를 위한 음식’을 찾기 시작했다. 한 끼를 먹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것과 내가 원하는 것, 더 나아가 내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과 내 주변의 환경에 도움이 되는 것을 먼저 찾는다. 가치소비, 이것이 푸드테크가 식품에 적용되기 시작한 이유다. 더욱이 이상기후로 인해 식량위기가 우려되는 현재, 농업 생산성을 높이고, 농산물의 현명한 소비를 위한 수단으로도 푸드테크가 중요해지고 있다.
일례가 개인의 식습관 데이터를 분석해 개인에게 맞는 음식을 제공하는 개인 맞춤형 식단이다.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해서다. 이는 영양 과잉으로 인한 질병 관리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기후위기에 대응한 탄소중립이 중요한 가치일 수도 있다. 식물성 대체식품 등을 제조하는 기업 등이 여기에 기인한다. 음식물 쓰레기도 사회적 문제다. 매년 생산된 식품의 30% 이상이 낭비되고 있어 재정적 손실은 물론 환경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런 식품을 새 활용하는 기업이 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연평균 4.6% 성장이 전망되는 유망산업이다.
푸드테크 관련 ‘학·연·관·산’을 아우르는 국내 유일 협의체인 한국푸드테크협의회 공동회장인 이기원 서울대 푸드테크학과 교수는 “식품산업이 제조업으로 인식된 과거와 달리 지금은 식품에 기술이 접목된 푸드테크 산업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지구 온난화, 건강, 식품 낭비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푸드테크”라고 언급했다.
푸드테크는 아직 생소하다. 그렇다고 우리 삶에서 멀리 떨어진 기술만은 아니다. ‘푸드테크’란 용어가 어색할 뿐, 이는 이미 우리 생활 곳곳에 스며있다. 무엇이 있을까.
어느 늦은 퇴근길. 밥을 할 시간이 없다. 주저없이 스마트폰에서 배달앱을 켠다. 배달앱에서 메뉴를 선택하고, 바로 결제를 한다. 얼마 후, 배달대행서비스를 받아 간편하게 저녁식사를 해결한다. 배달앱과 배달대행서비스가 푸드테크의 하나다. 배달앱은 기존 장보기 장소를 매장이 아닌 스마트폰으로 옮겼고, 배달대행서비스는 AI를 이용, 최적의 동선을 찾아 음식을 배달한다.
집들이하기 전날, 늦은 밤 장 볼 곳이 마땅치 않다. 귀찮기도 하다. 새벽배송 또는 로켓배송으로 잘 알려진 온라인 쇼핑몰에서 농수산물과 함께 다양한 상품을 담는다. 다음 날 아침 일찍 배송받는다. 이 또한 푸드테크가 접목된 분야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소비자가 선호하는 상품을 파악하고, 농가 등으로부터 구매한 다음, AI를 기반해 배송한다. 특히 신선농산물이 주 상품인 만큼 재고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도 AI 활용도를 높이는 부분이다.
캠핑가는 날엔 이것저것 준비하기 번거롭다. 레토르트 식품보단 신선 농수산물을 조리해서 먹고 싶다. 밀키트 같은 HMR에 눈을 돌린다. 직접 손질하기 어렵다는 밀푀유나베 등을 구매, 캠핑장에서 분위기를 낸다. HMR에도 레시피를 정량화하는 기술과 간편식을 위한 제조기술 등 푸드테크의 핵심기술이 들어있다.
모처럼 장을 보는 날엔 포장지에 신경쓴다. 과대 포장이 아니었으면 좋겠고, 포장이 되더라고 친환경적이었으면 한다. 전분계·목질계·해조류계 등 바이오매스로 만든 기능성 포장재로 포장된 상품에 예전보다 더 손이 간다. 이런 포장재는 탄소배출도 저감, 탄소중립 실천에도 도움이 된다.
이뿐만 아니라 스마트팜을 비롯해 첨단농기계가 투입되는 정밀농업 등도 푸드테크가 적용된 영역의 일부다. 이렇게 푸드테크는 우리들의 일상과 함께 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이 푸드테크가 무엇인지, 또 어떤 효과가 있고, 푸드테크가 농식품 분야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지 좀 더 면밀히 들여다볼 때다.
맞춤형 농산물 생산-기업이 소비
선순환으로 농가소득 제고 기대
‘인간다운 삶을 위해 지금보다 가치있게 먹기 위한 기술’
푸드테크 전문가들이 내린 다양한 푸드테크 정의 중 하나다. 푸드테크도 결국 ‘먹기’ 위한 기술이다. 먹는다는 것, 곧 농산물이 필수다. 그래서 농업계와 뗄 수 없다. 정부에서도 푸드테크가 발전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농업과의 상생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피력하고 있다. 농업인이 고품질 농산물 또는 푸드테크 기술을 활용해 맞춤형 농산물을 생산하고, 이를 푸드테크 기업이 소비하는 선순환이 정착된다면, 푸드테크 기업이 농업인의 소비처로, 농업인은 푸드테크 기업을 위한 원료 공급처로 상생할 수 있다는 것. 이는 농가소득 향상과 함께 향후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런 구상과 함께, 농식품부는 지난 9월 ‘푸드테크-농업 간 상생협력 강화를 위한 기업 간담회’를 개최했다. 또, 11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함께 개최한 ‘2023 대한민국 식품대전’의 주제를 ‘대한민국 푸드테크 산업의 미래-농업과 푸드테크 상생의 길’로 선정, 상생관을 운영했다.
기업간담회와 상생관에는 농업과 상생을 모색하고 있는 푸드테크 기업들이 참가했다. 농식품부가 발굴한 농업과 푸드테크간 상생 사례는 간편식과 식물성 대체식품 등 푸드테크 제품 및 소재의 원료로 국산 농산물을 사용하는 ‘원료 공급형’과 농업법인 등이 직접 또는 지역 농가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원료로 푸드테크 소재 및 제품을 제조, 판매하는 ‘직접 참여형’, 농업법인 또는 국산 농산물 사용량이 많은 식품 외식기업이 푸드테크 기술을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는 ‘기술 활용형’, 농식품 생산 유통 분야의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푸드테크 기술을 활용해 생산자와 소비자간 정밀 매칭을 촉진하는 ‘플랫폼형’, 개인 맞춤형 식단·식품에 필요한 최적화된 원료 생산을 위해 스마트팜 등 미래형 정밀농업과 연계한 ‘미래농업 연계형’ 등 다섯 가지다.
푸드테크 기업들도 푸드테크의 미래를 위해 농업계와 함께 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원료 수급의 주체로서 농업인과의 협력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판단이다.
경남 하동에서 냉동김밥을 제조하고 있는 푸드테크 기업인 복을만드는사람들(직접 참여형)의 조은우 대표는 “하동에서 계약재배로 생산된 농산물을 원료로 사용하고 있다”면서 “냉동김밥을 해동했을 때 물러지지 않도록 하는 기술과 같은 푸드테크 기술도 물론 중요하지만, 냉동김밥의 원료가 농산물이고, 농업인이 첫 번째 고객이라는 생각에서 하동 지역의 농업인과 어떻게 함께 갈지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http://ww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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