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회의에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지난 21일 국무회의 개최에 앞서 하동지역 청년 창업자들이 국산 농축산물을 활용해 만든 음료와 간식들을 소개하고 국무위원들이 맛보는 장이 열린 것이다.
행사는 농식품 산업을 담당하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아이디어로 마련됐다.
맛과 영양, 신선도가 뛰어난데도 지금껏 국민들에게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숨은 우수상품'을 골라 국무총리를 포함한 국무위원(장관급)들에게 직접 소개해 지원과 관심을 호소하겠다는 취지로 전해졌다.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국무회의 참석자들에게 우리 농식품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인구 감소 등으로 활기를 잃은 지역사회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고 싶다"며 "농민들 판로 개척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국무회의장이 아니라 전국 어디라도 제가 직접 뛰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전시품은 농식품부 농촌융복합산업 사업자 인증을 받은 하동군벤처농업협회 회원사 제품.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임기를 시작한 정 장관은 같은 해 6월 하동을 찾아 청년 창업자들로부터 애로사항을 듣고 농업 벤처 발전 방향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
하동군은 청년 주도로 농업의 생산(1차)과 가공(2차), 유통·관광·서비스(3차)를 결합한 융복합 산업을 의미하는 6차 산업의 우수 사례로 꼽힌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100% 국산 농산물로 만든 유기농 이유식으로 연 매출 200억대 기업으로 성장한 '에코맘의 산골이유식'이다. 또 배즙으로 유명한 '슬로푸드', 프리미엄 맛 밤으로 인기를 끈 '하동율림', 국내 최초로 냉동김밥을 개발해 수출하고 있는 '복을만드는사람들'등이다.
이날도 에코맘의 산골이유식과 배즙, 냉동김밥 등이 국무위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한덕수 총리는 "날이 추워졌는데 배즙을 마시니 감기 예방에 좋을 것 같다"며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하동군과 같이 지역 영세·소농가와 상생·협업하는 우수 사례가 확산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과일칩과 양갱을 맛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과하게 달지 않고 식감이 좋아 손이 간다"며 "농산물과 문화·관광을 결합해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우수 농식품을 홍보하려는 농식품부의 열정이 느껴진다"며 "저도 우리 농산물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데 적극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청년 창업 성공 사례가 늘면서 하동군은 지난해 817가구 1118명이 귀농·귀촌했고, 올해는 3분기까지 1086가구 1323명이 외지에서 들어와 정착했다.
하동군의 농산물로 인기 농식품을 만드는 기업들이 늘면서 지역 농가 수익도 덩달아 늘고, 지역 농협 예금과 우체국 택배 물량이 증가하는 등 지역 전체가 활력을 찾고 있다는 것이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인구 4만2000명인 하동군은 작년 한해 1430만달러어치 농식품을 해외에 수출했다. 2014년 450만달러에서 3.2배 늘어난 수치다.
이병문 기자 bmw@k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