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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 추구를 넘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지역 경제와 국가 경제를 활성화하여 "복"을 만듭니다.

매년 40만~50만명이 귀농 귀촌하고 있다. 답답하고 삭막한 도시를 벗어나 자연을 통해 위로받고 지금과는 다른 제2의 삶을 영위하고 싶어서다. 한때 은퇴나 명퇴를 앞둔 사람들의 전유물로 여겼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30대와 그 이하 연령층이 매년 귀촌 인구의 4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농촌, 어촌, 산촌에서의 삶을 새로운 기회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뉴스1이 앞서 자연으로 들어가 정착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예비 귀촌인은 물론 지금도 기회가 되면 훌쩍 떠나고 싶은 많은 이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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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나이에 사업에 성공해 간이 커졌습니다. 자신감만 충만해 무모하게 사업을 벌이다 큰 실패도 맛봤습니다."

냉동김밥을 주력 제품으로 생산하는 복을만드는사람들(복만사) 조은우 대표는 젊은 나이에 사업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다 2011년 현재의 공장이 있는 경남 하동으로 귀촌했다.

자본금 500만원으로 시작한 복만사는 현재 전국 대부분의 휴게소에 매장을 갖추고 냉동김밥 등을 납품하면서 해외 7개국에 50만달러 이상 수출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올해는 코로나19 상황 안정화로 상반기에만 50만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조 대표는 "2021년 상반기에는 문을 닫아야 할지 고민했다. 코로나19 등 악재로 회사 운영이 버티기 어려울 정도까지 갔다"며 "하지만 희망이 있어 어렵게 공장을 유지해 왔고 2021년 중반부터 결과가 나오기 시작해 올해는 수출만 100만달러 정도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조 대표의 첫 사업은 실패였다. 23세 때 경남 진주에 고깃집을 차렸는데 3개월 만에 망했다. 이후 몇 년간 선박 부품 회사에 다니면서 낮에는 일하고 퇴근 후와 주말에는 다시 창업을 위해 시장 조사 등을 다녔다. 2008년 29세 때 진주 평거동에 차린 고깃집은 대박이 났다. 고깃집 성공에 자신감을 얻은 조 대표는 서울 강남에 죽 전문점도 차렸다.

조 대표는 "2011년까지 고깃집을 운영해 장사가 잘 돼 욕심이 생겼다. 서울 강남에 죽 전문점을 차려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는데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며 "진주에 있는 고깃집에서 번 돈을 서울 가게에 투자했고 결국 진주와 서울 가게 모두를 정리했다. 3억~4억원 정도를 날렸다"고 회상했다.

사업에 실패한 조 대표는 2014년 아무런 연고가 없는 하동에 귀촌해 한다사푸드를 만들었다. 경주에는 경주빵, 통영은 꿀빵, 천안에는 호두과자가 있는 것처럼 하동에도 특색있는 먹거리를 만들어야겠다는 계획이었다.

조 대표는 "쫄깃한 느낌을 주는 쌀로 만든 팥 앙금빵을 하동찰빵이라는 이름으로 억지로 만들어 냈다"며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차가웠다"고 말했다.

찰빵 사업이 잘 되지 않던 중 조 대표는 직원들과 간식거리를 찾다가 냉동실에 있는 찰빵 반죽을 구워 먹으면서 '하동 찰호떡'이라는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게 됐다. 대중적인 호떡이 소비자들이 많이 찾을 것이라는 기대로 냉동호떡을 만들었는데 반응이 좋았다. 이때 상호를 '복을만드는사람들'이라고 변경했는데 호떡에 복을 담았다는 의미이다.

조 대표는 "2015년 만든 냉동호떡이 잘 팔렸다. 당시에는 호떡을 집에서 만들어 구워 먹을 수 있는 재료가 마트에서 팔았는데 간편한 냉동호떡은 새로운 제품이었다"며 "쿠팡, 티몬, 위메프 등 온라인 마켓에서 식품 매출 상위권에 차지할 정도였고 겨울에는 수요가 더 많았다"고 말했다.

냉동호떡이 인기를 얻었지만 계절 식품이라는 이유와 제품 단가가 낮고 대량생산이 힘들어 큰 돈을 벌지는 못했다.

조 대표는 "냉동호떡이 인기를 끌면서 식품유통업 등 관련 업계에서 급식소 등에 공급을 해보자고 제안도 많이 왔다"며 "호떡 소비자가격은 1000~1500원으로 유통 이윤이 나올 수 없는 상황과 수작업으로 대량생산을 하지 못하고 계절성 등의 이유로 이윤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적당한 이윤을 남길 수 있고 계절성이 없으며 젊은 세대의 입맛을 맞출 수 있는 제품을 고민하던 중 치즈스틱을 개발했다. 23cm 크기의 3500~4000원 소비자가격의 '대롱 치즈스틱'을 개발해 호응을 얻었다.

조 대표는 "치즈스틱을 들고 직접 백화점과 아웃렛, 물놀이장 등에 판매하러 다녔는데 반응이 좋았다. 프랜차이즈 문의도 많아 전국에 15호점까지 매장을 냈다"며 "하지만 프랜차이즈 사업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만두었다. 일부 매장은 장사가 잘되지 않았고 가맹점 문의는 많았지만 이미 계약된 15개 매장까지만 완료하고 더는 확장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매장을 확장하지 않고 다른 곳으로 판로를 찾던 중 인터넷 판매도 고민했지만 이미 입점해 있는 점주들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만두고 고속도로 휴게소로 눈을 돌렸다.

조 대표는 "휴게소를 돌며 마케팅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다양한 방법으로 납품처를 찾던 중 휴게소 전문 유통업체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며 "처음에는 20곳 휴게소에만 제품이 들어가다가 2018년 4월부터는 전국 200여곳 휴게소에 납품되고 있다"고 말했다.

2019년까지 잘나가던 치즈스틱 제품은 코로나19로 매출이 절반 이상 줄고 사업을 겨우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 시기에 조 대표는 복만사가 사회적기업이자 농촌융복합산업 인증 업체이지만 지역 농산물을 많이 쓰고 있지 않은 데 대한 책임감을 느꼈다. 일부 채소는 우리 농산물이지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치즈는 수입이었고 코로나19로 지역 농산물들이 판로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 죄책감을 느낀 것이다. 그래서 냉동김밥을 개발했다.

조 대표는 "우리 농산물을 많이 사용하고 휴게소에 판매할 수 있는 김밥 개발을 시작했다"며 "완성도만 높으면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에 납품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김밥의 특성상 휴게소에 유통이 안 되는 틈새시장도 노린 것"이라고 말했다.

냉동김밥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해동했을 때 모양이 온전치 못하고 전자레인지에서 3분 만에 골고루 익혀지지 않는 점을 해결해야 했다.

조 대표는 "수분을 줄여 김밥 터짐 현상을 막았다. 해동 후 질긴 김의 식감을 조절하기 위해 적합한 김을 전국의 김 주요 산지를 다니면서 찾아냈다"며 "쌀, 야채 등 김밥 재료를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조리했고 부분별로 익혀지는 정도가 달라 김밥 간 간격을 조절한 용기 개발로 문제점들을 해결했다"고 말했다.

냉동김밥 제품 생산 준비를 마치고 2019년 11월 공장을 설립했다. 2020년 상반기에 출시한다는 계획으로 진행을 했는데 여전히 코로나19가 걸림돌이었다. 주변 어디에서나 쉽게 먹을 수 있는 김밥이 냉동식품이라는데 대한 거부감도 해결해야 했다.

조 대표는 "국제식품박람회 등을 통해 제품을 홍보해야 했는데 행사들이 코로나19로 대부분 취소됐다. 판로를 찾기 위해 1년 정도 바이어를 찾아다녔는데 호응이 없었다. 편의점 냉장김밥이나 주변에서 흔히 사 먹을 수 있는 김밥과 가격 경쟁에서도 뒤처졌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냉동김밥이 인기를 얻지 못하자 조 대표는 해외로 눈을 돌렸다. 해외에 기존 치즈스틱을 판매하는 업체들이 일부 있어 납품은 했지만 생소한 냉동김밥이 해외에서도 호응을 얻지 못했다. 국내외 어디에서도 냉동김밥은 환영받지 못한 것이다.

납품처를 찾던 중 냉동김밥에 관심이 있던 한 유통회사에서 사업을 제안해 왔다. 휴게소에 전자레인지 등 물품은 업체에서 설치하고 복만사에서는 제품을 납품하라는 것이다. 2020년 9월 국내 휴게소 100군데 정도 냉동김밥이 입점하면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하지만 냉동김밥은 시간적 제약이 있어 큰 매출은 발생하지 않았다. 전자레인지에서 김밥 한줄 조리하는데 3분을 돌려야 해 대량 판매는 힘들었다. 휴게소는 주말과 성수기 판매가 집중되는데 회전율도 높지 못했다. 대신 휴게소는 홍보 효과가 아주 좋아 바이어들의 연락을 많이 받았고 마켓컬리에서도 사업 제안을 해왔다.

조 대표는 "마켓컬리에 입점하면서 냉동김밥의 콘셉트를 비건으로 바꿨는데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일반 김밥보다 비싼 소비자가격도 형성이 됐다"며 "마켓컬리에서 호응을 얻으면서 자연스럽게 홍보가 됐고 이후 해외 바이어들의 러브콜로 현재 LA, 뉴욕, 프랑스, 영국, 호주, 일본, 대만, 홍콩 등에 납품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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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대표는 사회적기업으로 사회환원에도 힘쓰고 있다. 지역에 정기적으로 수익금 일부를 장학기금으로 기부하고 계약재배를 통한 지역 농·특산물의 수매와 직접적인 고용창출로 지역에 도움을 주고 있다.

조 대표는 귀촌은 농사가 아니라 창업에 도전해 볼 수 있고 삶을 전환해 볼 기회의 땅이라는 견해도 밝혔다.

조 대표는 "귀촌을 해 농촌에서의 삶을 떠올리면 농사와 같이 힘들고 답답한 일이 생각날 것이다. 저는 농촌에서 사업을 하면서 농산물 가공 상품을 수출하면서 국제적인 경험을 하며 시야를 넓히고 있다"며 "농촌은 대도시의 치열한 경쟁의 삶에서 조금 벗어나 더 큰 기회를 엿볼 수 있다. 조금만 생각을 젊게 해본다면 혁신할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