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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 추구를 넘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지역 경제와 국가 경제를 활성화하여 "복"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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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음식이 세계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우리 고유의 식자재와 전통의 맛이 수출 대상국의 음식문화에 깊이 스며들도록 맛을 맞추는 일이 중요합니다. 김치 불고기 같은 한식을 우리 입맛만 고집해 수출하면 그 나라에 자리 잡기는 힘들 겁니다. 저는 그 나라 소비자 입맛에 맞는 우리 음식을 만들어 승부를 걸고 싶습니다.”

 

최근 경남 하동에서 냉동 김밥을 만들어 홍콩으로 수출한 뒤 내친김에 미국 시장까지 넘보는 농업회사법인 ㈜복을 만드는 사람들(이하 복만사) 대표 조은우(40) 씨 이야기다.

 

그는 지난달 말 홍콩 현지 유통법인을 통해 냉동 김밥 2t, 2만 달러어치를 수출했다. 상품은 홍콩인이 좋아하는 쇠고기, 돼지고기 불고기, 김치 제육 김밥 3종이다. 홍콩 1인 가구를 겨냥해 1줄씩 낱개 포장을 했고, 급랭 처리해 유통기간을 9개월로 늘렸다. 조 대표는 얼렸다가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는 냉동 김밥이 식감을 잃지 않게 하려고 연구실에서 밤늦도록 수백 번 김밥을 만들어 먹었단다. 두꺼운 김은 질겨서 좋지 않고 얇은 김은 전자레인지에 데우면 터져버려 김 두께를 찾아내기 힘들었다고 전했다.

 

밥과 불고기, 김치, 제육 등의 김밥 재료도 수분을 안 맞추면 제맛을 못 내 상품 개발이 쉽지 않았다. 특히 김밥을 전자레인지로 데우면 3~4분 만에 속까지 완전히 따뜻해져야 하니 열이 김밥 전체에 골고루 퍼지는 포장재를 개발하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털어놨다. 이렇게 만든 냉동 김밥은 홍콩과 마카오에 수출돼 300여 개 슈퍼마켓과 편의점에서 판매되고 있다. 판매가 늘어 현재 추가 수출을 협의하고 있다. 미국 시장에도 시제품을 보내 소비자 반응을 분석하고 있는데 조만간 수출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앞서 조 대표는 2016년부터 ‘11시 45분 A Hungry Time’이라는 체인점을 열고 대롱치즈스틱과 크림치즈 밀크티, 버블티 등 10여 종의 식음료를 판매하고 있다. 2017년 5월 대구시 중구 동성로에 1호점을 낸 뒤 성남, 안양, 파주에 이어 올 초 부산 초량에 12호점을 열었다. 매출액도 2017년 5억 원, 2018년 8억 원을 올리다가 일본에 수출하고 고속도로 휴게소에 납품하면서 2019년에는 20억 원에 이르렀다. 학창 시절 3교시 수업을 마치고 도시락을 까먹던 추억을 떠올려 체인점 이름을 ‘11시 45분 A Hungry Time’으로 지었단다.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그가 젊은 층을 겨냥해 직접 작명했다.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고교 때부터 아르바이트로 배달이나 주유, 선박부품업체 근무 등을 경험한 그는 2006년 봄 26살 청년의 패기로 음식점을 차렸다가 6개월 만에 접어야 하는 시련을 맛봤다. 3년간 직장생활을 하며 틈틈이 준비해 2009년에는 고깃집을 차려 대박을 터트렸다. 월수입 1000만 원이 넘었다. 그러면서 부동산에도 손대보고 꽃집을 차리는 등 돈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면 실행해봤다.

 

나중에는 서울에서 승부를 걸어보고 싶어 강남에 죽집을 차렸다가 실패를 경험했다. 그래서 귀농을 결심하고 하동으로 들어와 이번에는 ‘하동 찰빵’과 ‘오색씨앗 하동 찰호떡’을 생산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자, 유아식 생산회사에 이어 현재의 영농회사법인을 설립했다. 그 뒤 쌀과 고추 양파 부추 마늘 생강 등 지역에서 생산된 신선한 식자재를 활용, 계절에 영향을 덜 받는 사업아이템이면서도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대롱 치즈스틱(땡초밥·불고기·닭갈비·불고기피자·게살톡톡·고구마콘)을 개발해 대박을 터트렸다.

조 대표는 “지리산 주변 청정지역 식자재로 소비자의 믿음을 얻은 것이 도움이 됐다. 이제 세계 시장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