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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독서교육신문 김현주 기자]

미국 대형 마트에서 김밥이 동나는 장면이 낯설지 않게 됐다. SNS를 통해 입소문이 퍼지면서 ‘K-냉동 김밥’이 품절 사태를 빚었고, 관련 영상이 수백만 회 조회를 기록하는 등 예상 밖의 반응이 이어졌다. 한 끼 간편식으로 소개된 김밥이 현지 소비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며, 한국식 식문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도 주목받았다. 이 흐름의 중심에 ‘복을만드는사람들’ 조은우 대표가 있다.

빠르게 성공한 이야기들은 늘 눈길을 끈다. 단기간에 성과를 낸 사례들이 쏟아지는 요즘, 창업은 때로 ‘한 번의 선택’으로 결정되는 일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조은우 대표의 이야기는 그 흐름과는 조금 다른 결을 가지고 있다.

『성공으로 가는 11시 45분』은 단숨에 이뤄낸 성공담이 아니다. 여러 번의 실패를 지나온 시간들이 차곡차곡 담긴 이야기다. 고깃집에서 시작해 죽 전문점, 이유식 사업, 간식 사업까지 이어진 도전은 번번이 기대만큼의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흔들리고 방향을 바꾸기도 했지만, 다시 시도하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더 오래 마음에 남는다.

책을 읽다 보면 ‘냉동 김밥’이라는 결과보다, 그 앞에 놓여 있던 시간들이 더 오래 눈에 들어온다. 시장을 제대로 읽지 못해 방향을 틀어야 했던 순간들, 예상과 다른 반응에 부딪히며 고민했던 시간들, 그리고 다시 하나씩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 차분하게 이어진다. 그래서 이 책은 ‘어떻게 성공했는가’보다, 그에 이르기까지 어떤 선택과 시간을 지나왔는지를 차근히 들려준다.

특히 눈에 남는 부분은 ‘왜 김밥은 멀리 가지 못할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고민이다. 너무 익숙해서 한 번도 의심해 보지 않았던 음식을, 조금 다른 방향에서 바라본 데서 변화가 시작됐다. 그 결과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어디서든, 언제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김밥. 편의점이 없는 지역에서도, 해외에서도 부담 없이 꺼내 먹을 수 있도록 만든 선택이었고, 그 선택이 새로운 길을 열었다. 작은 질문 하나가 방향을 바꾸고, 그 변화가 예상보다 멀리까지 이어졌다는 점에서 이 장면은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이 책이 편안하게 읽히는 이유는 이야기를 크게 부풀리지 않기 때문이다. 실패를 특별한 이야기로 꾸며내기보다, 그때 어떤 선택을 했고 무엇을 놓쳤는지를 담담하게 풀어낸다. 그래서 읽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라기보다, 한 사람이 길을 찾아가는 과정을 함께 따라가는 느낌이 든다. 덕분에 독자는 결과보다 그 과정에 더 마음이 가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자리도 돌아보게 된다.

조은우 대표가 말하는 ‘초조해하지 말고, 서두르지 말며, 포기하지 말자’는 원칙도 거창하게 들리지 않는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겪으며 몸으로 익힌 말이라서인지, 꾸며낸 문장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이 한 문장은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한 조언이라기보다, 긴 시간을 지나며 스스로 붙잡아 온 기준처럼 다가온다. 읽는 사람에게도 부담 없이, 그러나 오래 남는 문장이다.

또 하나 눈에 남는 점은 사업의 기반을 끝까지 지역에 두고 있다는 부분이다. 더 빠르게 규모를 키울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을 법한 상황에서도, 처음 시작한 자리와 방향을 쉽게 바꾸지 않았다. 하동이라는 곳에서 시작한 이유와, 국내 농산물을 중심으로 가겠다는 선택을 그대로 이어간 것이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단순한 창업 사례를 넘어서, ‘어떤 기준을 지키며 갈 것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성공으로 가는 11시 45분』은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려는 사람에게만 필요한 책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계속 이어가야 하는 순간에 더 와닿는 이야기다. 눈에 보이는 결과는 아직 없고, 이 길이 맞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되는 시간들. 그럴 때 무엇을 붙잡고 가야 할지, 조용히 생각해 보게 만든다.

이 책은 빠르게 답을 내놓는 쪽과는 조금 결이 다르다. 읽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서두르며 넘기기보다, 한 번쯤 멈춰 생각하게 되는 지점들이 생긴다. 그리고 책을 덮을 즈음에는, ‘조금만 더 해볼까’ 하는 마음이 남는다. 거창한 다짐이라기보다, 지금의 선택을 한 번 더 이어가 보고 싶은 마음에 가깝다.


김현주 기자
snowinkorea@naver.com

출처 : 한국독서교육신문(https://www.reading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