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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 추구를 넘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지역 경제와 국가 경제를 활성화하여 "복"을 만듭니다.

냉동김밥으로 세계인 입맛 사로잡은 장본인

 

2026년은 ‘붉은 말의 해’다. 불의 기운을 품은 말은 정체를 거부하고, 낯선 길을 향해 과감히 내달리는 상징으로 읽힌다. 가능성이 있는 방향을 택하고, 속도와 결단으로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에너지다.

본보는 이러한 시대에 살아 가는 경남 청년들의 선택과 도전을 담아 기획특집 ‘돌아와 삶을 짓다-경남 청년人·家’를 연재한다. 도시를 떠나 농촌과 지역으로 돌아온 청년 사업가들의 삶을 인물 중심으로 조명하며,

‘정착’이 아닌 ‘진화’의 과정을 기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어지는 연재에서는 귀농·귀촌 창업자, 가업을 승계해 6차산업으로 확장한 청년, 로컬브랜드와 농촌형 서비스업에 도전한 다양한 청년들의 이야기를 소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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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한계는 족쇄가 아니라 세계를 향한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역의 한계와 적당히 타협하지 않고 과감히 도전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냉동김밥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조은우(45)‘복을 만드는 사람들’(이하 복만사) 대표는 2026년 새해를 앞두고 가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조 대표가 만든 냉동김밥은 현재 홍콩, 일본, 미국 등 20여 개국으로 수출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 사람의 눈에는 왜 굳이 냉동김밥을 사먹냐는 의문도 들지만, 해외에서의 반응은 달랐다.

미국의 대형마트에 입점한 냉동김밥은 저렴한 가격, 채소 위주의 건강식, 전자레인지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간편식이라는 장점 때문에 품절대란까지 벌어졌다.

 

◇기회의 땅, 하동과의 인연

김밥을 얼려서 해동해 먹는다는 생소한 개념에 냉동김밥은 국내시장에서는 반응이 미지근했다.

동네마다 김밥 전문집이 즐비하기 때문에 굳이 냉동해서 먹어야 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조 대표는 이러한 고정관념을 과감히 깨고 해외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 같은 조 대표의 성공은 그냥 찾아온 것은 아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지만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건강식 웰빙푸드로 냉동김밥을 재탄생시켰다.

그의 이야기는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진주 출신인 조 대표는 고향에서 외식업으로 첫 성공을 경험했다.

그 기억을 안고 야심차게 서울의 강남 한복판에 죽 전문점을 창업했지만 사업은 기대만큼 되지 않았다. 비싼 월세에 발렛비 등 지출은 당초 예상을 훌쩍 넘어섰다.

늘어나는 적자에 고민하던 차에 한 손님과의 만남이 조 대표의 삶에 전환점이 됐다.

“죽에 간을 하지 말고 달라”는 손님의 요청에 이유를 물었더니 “아기 이유식으로 먹인다”는 답이 돌아왔다.

죽이 이유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조 대표는 온라인 이유식 배송사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죽 전문점을 접고 조 대표의 수중엔 남은 건 1000만 원이 전부였다. 온라인 주문과 택배 배송 등을 하려면 ‘공간’이 문제였지만 비싼 임대료에 서울은 어림도 없었다.

그렇게 2011년 새로운 부지를 찾아 나선 길에 인연처럼 만난 곳이 하동이었다.

연고도 기반도 없는 하동에서 조 대표는 평생의 멘토인 벤처농업가로 알려진 이강삼 슬로푸드 대표를 만났다.

이 대표는 이제 막 하동에서 첫 발을 떼려는 조 대표에게 선뜻 자신이 쓰려던 땅을 내어줬다.

그렇게 2012년에 이유식 사업을 시작했지만, 이듬해 자신만의 건강식 제품을 만들겠다는 생각에 ‘복만사’를 창업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조 대표는 경주빵, 통영꿀빵처럼 지역색을 담은 빵을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처음으로 선보인 제품이 ‘하동찰빵’과 ‘하동찰호떡’이었다.

하지만 기대만큼 판매는 그리 신통치는 않았다. 조 대표는 호떡처럼 계절을 타지 않고 고객들이 가성비를 느끼게 하는 상품이 필요했다. 그때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이 치즈스틱이었다.

조 대표는 20cm 길이의 대롱 치즈스틱 제품을 출시했다. 치즈와 궁합이 잘 맞는 볶음밥, 불고기를 접목해 넉넉한 한끼 식사가 되는 치즈스틱은 곧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대구 동성로 1호점을 시작으로 전국의 휴게소, 국내 대형 테마파크 납품은 물론 나아가 홍콩 디즈니랜드에서 불티나게 팔렸다.

일본 오사카에는 3개의 매장을 냈다. 한해 매출만 30억원에 달했다. ‘복만사’의 성장을 견인한 첫 효자 상품이었다.

 

◇코로나에 물 난리까지…위기를 기회로

2018년께 조 대표는 평소 알고 지내던 바이어로부터 “전국 휴게소에 김밥 파는 곳이 없다”는 말을 듣게 된다.

가장 대중적인 음식이지만, 김밥은 재료의 특성상 유통기한이 짧았다. 식중독이라도 발생하면 리스크가 너무 컸다.

조 대표가 꺼낸 해결책은 김밥을 냉동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전자레인지로 해동하는 과정에서 김밥은 늘 터졌다. 김을 두 겹으로 싸보기도 했지만 식감이 질겼다. 해동에 걸리는 시간도 고려해야 했다. 냉동김밥 전용 공장을 짓는 일도 쉽지 않았다. 참고할 공장도 없어서 모든 것을 조 대표의 상상으로 설계해야 했다.

그렇게 2019년 10월께 겨우 공장을 완공했는데, 코로나 사태가 터졌다. 음식점과 상가마다 사람의 발길이 끊기며 주력 제품인 치즈스틱 매출도 같이 끊겼다. 조 대표의 눈에는 또 다시 실패의 그림자가 아른거리기 시작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2020년엔 하동에서 물난리가 났다. 조 대표가 다급히 공장에 가 보니 주변은 온통 물바다였지만, 유독 그의 공장만 멀쩡했다.

이를 본 조 대표는 다시 한번 해보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치즈스틱 사업은 과감하게 접고 냉동김밥 개발에만 올인했다. 수만번의 실험 끝에 해동 과정에서 김밥이 터지는 원인이 수분 때문이라는 것을 찾아내고, 김밥 재료에서 수분을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맛과 식감의 문제를 해결한 조 대표는 시장에 첫 제품을 출시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익숙지 않는 냉동김밥에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얼린 김밥을 누가 먹느냐”, “냉동김밥은 일반 김밥보다 맛이 없다”는 조소가 이어졌다.

조 대표는 이에 낙담하지 않았다. 전자레인지와 냉동김밥을 차에 싣고 다니며 고객들에게 “일단 한번 먹어보라”고 설득했다.

그에게 위기를 안겨준 코로나19는 오히려 기회가 됐다. 대중이 모이는 공간 대신 집안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자, 온라인을 통한 간편식 판매가 급증했다. 여러 온라인 마켓에서 주문이 밀려들었다. 냉동김밥이 국내에서 신선한 바람을 불러 일으키자 홍콩, 일본, 미국, 유럽과 중동까지 수출 문의가 이어졌다.

하지만 해외 수출은 순탄하지는 않았다. 일본 수출은 관세가 문제였다. 수입쌀에 500%의 관세를 물리자 밥 대신 계란을 채운 비건김밥을 만들었다. 미국 시장은 육류나 유제품 통관이 까다로웠다. 조 대표는 이번엔 김밥에 고기를 빼고 우엉을 넣어 식감을 살렸다. 그렇게 다양한 수요를 반영하다 보니 지금은 개발된 제품만 200여 종이 넘는다.

 

◇지역에서 세계로, 새로운 도전

냉동김밥은 이제 해외시장에서 대표적인 K-푸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시장이 커지자 대기업도 냉동김밥 시장에 뛰어들었다. 저가 출혈경쟁이 빚어졌고, 냉동김밥에 대한 이미지도 저하되기 시작했다.

또 다시 찾아온 위기 앞에서 조 대표는 청정 하동의 지역 농산물을 사용해 고품질의 제품을 계속 만드겠다는 각오다.

그의 성공은 운이 아니다. 끊임없는 연구와 도전을 통해 이뤄낸 것이다.

조 대표는 종종 청년 예비창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도 선다. 그때마다 “모든 것을 다 잘하려 하지 마라”는 조언한다. 또한 “지역의 한계와 적당히 타협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자신의 업체가 지역에 있다고 해서 제품이 지역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시장에서 무엇이 가장 선호되는지를 보고 시야를 넓게 가질 것을 주문한다.

조 대표는 자신이 정착한 하동을 ‘기회의 땅’이라고 소개한다. 한때는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그럴듯한 매장을 가진 성공한 사업가가 되고 싶었던 적도 있었지만 그렇게 살았다면 우물안 개구리가 됐을 거라고 했다. 그러면서 요즘 청년들이 주로 카페나 식당 등의 창업에만 관심을 두는 것에 아쉬움도 드러냈다.

조 대표는 “우리 공장은 하동에 있지만 지역이라는 물리적 한계는 더 이상 족쇄가 아니다”면서 “시야를 넓히는 순간 농촌은 세계로 나아가는 훌륭한 출발점이 된다”고 했다. 하동에서 시작한 그의 새로운 도전은 현재 진행 중이다.

정영식기자 jys23@gnnews.co.kr

출처 : 경남일보(https://www.gnnews.co.kr)